이 채무자는 안 갚는 걸까? 못 갚는걸까?
생활경제 2017. 10. 17. 04:55 |채권추심관련하여 상담을 하다보면 채권자 열명 중에 아홉은 채무자가 돈이 있어서 자기 쓸 곳은 다 쓰면서도 내돈은 안 갚는다고 말을 합니다.
제가 취업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처음 들었을땐 그래도 고객의 얘기이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믿을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다보니 그게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착각, 오판이라는 걸 알겠더군요.
사실 친한 친구끼리라고 하더라도 경제적인 속사정은 모르는게 일반적입니다. 특히 예전에 들었던 얘기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연봉 4천만원받는 직장에 취업했다. 결혼하고 28평 아파트에 신혼집 차렸다더라... 외형적으로 졸업하고 취업한 다음, 결혼했을 때 이야기 정도만 알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곤 가끔 만나서 술 한잔하고 바다나 산으로 놀러다니고 하다보니 그냥 다 잘 지내고 있겠지.. 별로 문제없겠지..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sns 등에 보면 어디 놀러다녔다, 자동차를 바꿨다.. 하는 글들이 올라오니 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신뢰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연락이 와서는 차 사고가 났는데 급하게 합의금이 5백만원 정도 필요하다 좀 빌려줘... 가게 운영자금이 좀 부족한데 2천만원 정도 월 2%에 빌려주지 않겠느냐... 이자도 은행이자보다 넉넉하게 주겠다.
이런 제안을 받는다면 귀가 솔깃한게 사람입니다. 은행에 1년 맡겨봐야 연2%도 안 되는 적금금리에 소득세까지 공제하고 받죠. 그에 비해서 개인돈 이자수익은 딱히 신고 하지 않으면 그대로 세금도 내지 않습니다.
1년 은행이자를 한달에 받을 수 있으니 정말 괜찮은 재테크다! 생각하고, 뭐 친구끼리 떼 먹겠어... 아무런 근거없는 믿음만 가지고 돈을 꿔주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니 채권자는 당연히 채무자가 재산도 있고 갚을 능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추심의뢰받고 채무자 신용정보를 살펴보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아파트에 살고는 있지만 본인 명의가 아닌 경우(즉 전세나 월세, 또는 아내 명의)가 대부분이고, 자기 명의라고 하더라도 이미 은행 근저당에 2금융권, 심하면 개인까지도 저당, 가압류, 압류를 걸어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신용대출도 은행, 캐피탈, 저축은행, 대부업체 해서 대여섯 군데 이상 풀로 받은 상태... 신용등급 좋아야 7등급 정도 수준이고, 이미 연체정보가 떠서 신용불량자인 경우도 자주 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정상입니다.
사실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왠만큼 난처한 상황이 아니면 친구, 친척, 지인에게 돈 빌려달란 말을 못합니다. 그리고 지인에게 연 1~ 2% 이자율로 돈을 빌리느니..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 카드론, 현금서비스를 쓰는게 더 금리도 저렴하고 빠릅니다. 공연히 힘든말 꺼낼 필요도 없습니다.
지인에게 연 2% 이자로 돈을 빌린다는건 이미 은행 뿐만 아니라 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못 받는 신용상태라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론 대부업에서도 못 빌리는 상황인거죠...
결론적으로 빌린 돈을 못 갚고 있는 채무자는 90% 이상 안 갚는게 아니고 못 갚는 것입니다. 나머지 10% 정도는 갚을 능력이 있지만 자기가족 명의 등으로 은닉하고 안 갚는거죠... 뭐 이러나 저러나 채권추심 맡겨도 개인간의 대여금은 정말 받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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