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시골로 이사를 와서 작은 텃밭을 일구고 있는데 농약이 필요악(必要惡)으로 어쩔 수 없이 꼭 써야하나? 라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에 살 때에는 친환경, 무농약으로도 별 문제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합천으로 귀촌하기 전에 1년 정도 진주 면지역에서 생활을 해봤는데 그 때에도 병충해에 대한 피해를 별로 입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인해서 당황하고 있습니다. 우선 호박만 하더라도 진주에선 무농약으로 조선호박을 잘 키웠습니다.

 

 

 

 

그래서 여기도 별문제 없이 잘 크겠지.. 생각했는데 왠걸, 초기부터 호박잎을 갉아먹는 벌레 때문에 성장이 더디더군요. 제대로 관리를 안 했더니 호박 모종중에 1/3이 초기에 죽었습니다.

 

조금 잎이 많아진 다음부턴 잘 자라서 지름 25 ~ 30cm정도 컸는데 갑자기 호박꼭지가 뚝 떨어지더군요. 뭔가 이상하다 라고 생각해서 자세히 봤더니 구멍이 송송 뚫려 있고 안에 애벌레들이 들어가서 호박을 파먹고 있더군요. 그나마 단호박은 껍질이 단단해서인지 벌레가 그래도 잘 버티고 있습니다.

 

예전엔 안 생겼었는데 왜 그러지? 이상하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기억해보니.. 그전에 키웠던 곳은 이웃집과 접해서 그 집주인이 잔디를 키운다고 제초제를 종종 뿌렸던게 생각나더군요. 끙.. 무농약이 아녔던 것입니다.

 

 

 

 

비슷한 사례가 바로 감나무, 대추나무인 것 같습니다. 진주 살 때 우리는 농약을 안 뿌렸지만, 그 텃밭에 관리를 맡겨놔서 그 분이 뿌렸던거죠... 그래서 아무런 병충해 없이 잘 자랐던 것입니다.

 

여기 합천에선 저희가 안 뿌리니 아무도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어서 감도 익기도 전에 우수수 다 떨어졌습니다. 거기에 뽕나무에도 뽕이 피해를 입고, 돌배나무도 돌배가 열리기는 한데 제대로 성장 못하고 다 떨어져버렸습니다.

 

금방 자라는 상추, 대파, 마늘, 양상추, 토마토 등은 별문제 없이 자라네요.. 물론 상추와 양상추는 고라니(노루 새끼)가 와서는 다 먹어치웠습니다.. ㅋㅋ 병충해 피해에 유해동물 피해까지..

 

 

 

합천에선 밤나무에 대해서는 작은 헬리콥터로 항공방제를 하는 것 같습니다. 마을 회관 방송으로 밤나무 항공방제를 한다고 그 시간대에는 안 나오시는게 좋겠다고 권고하는 방송이 나오더군요.

 

그래서인지 밤송이가 튼실튼실~ 하지만 떨어지면 바로 바로 주워야합니다. 잘 익어서 밤송이가 갈라질 때가 되면 어느 순간부터 밤벌레가 모여들어서 금방 구멍이 송송 뚫립니다.

 

농사에서 정말 농약은 필요악인가요? 어쩔 수 없이 쳐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무농약을 고집하는 중이라 결국 병충해 심한 과수는 포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라니가 잘 안 먹는 작물만 키워야겠네요.. ㅋ;;

Posted by 꾸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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