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끝나나 했더니 어느새 5월, 시골은 역시 봄이 바쁩니다. 텃밭도 갈고 모종도 만들고 파종도 하고.. 틈틈히 봄나물도 캤는데 날씨가 더워졌다고 이젠 색깔도 짙어지고 질겨지고 있습니다.

 

오늘 잡초를 제거하면서 봤더니 가시오가피의 줄기가 단단해지고 가시도 제법 커졌더군요. 쑥이나 머위, 둥글레, 나무, 뽕나무 새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젠 질겨서 줄기부분은 잘라내고 데쳐서 지금부터 슬 묵나물을 준비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참고로 닥나무잎순은 조금 두툼한 깻잎같은 느낌이 나고, 뽕나무잎 많이 부드럽고 맛도 좋습니다. 둥글레는 잎, 꽃, 줄기, 뿌리 모두 먹을 수 있는데 뿌리는 단맛에 구수한 향이 나서 튀김으로 해먹어도 맛있습니다. 잎 등은 많이 부드럽지만, 씁쓸한 맛이 강합니다.

 

 

 

 

묵나물이란 묵은 나물이라는 의미로 그대로 씻어 말리거나 데쳐서 말려서 보관해뒀다가 내년 초에 먹는 것을 말합니다. 겨울철엔 괜찮은 채소, 반찬거리가 적다보니 제철에 흔할 때 건조시켜서 겨울까지 보관하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도시에서 살 때에는 대형마트에서 한겨울에도 신선한 채소들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그런 생각을 못 했는데 이제 시골로 이사를 와서 생활하다보니 조금만 부지런하면 자급자족이 가능하겠더라구요.

 

게다가 쑥, 머위, 둥굴레, 닥나무, 뽕나무, 두릅 등 다 봄에 채취하는 것이다보니 저희 가족이 열심히 먹어도 남습니다. 친척들에게 보내기도 하지만 그것도 한두번, 남는건 보관해둬야겠더군요.

 

 

 

 

처음엔 씻고 데쳐서 한번 해먹을 수 있는 분량으로 나눠서 냉동보관을 해뒀습니다. 건조시키는 것도 시간이 걸리고 하니 우선 쉬운 냉동방법을 쓴거죠.. 그런데 그것도 한두번이지 점점 쌓여가는 나물들 때문에 냉동고가 점점 좁아져서 문제가 되더군요. 그래서 역시 전통방법으로 건조시키기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한꺼번에 대량으로 하는게 편하기는 한데.. 나물 데친 물이 피부관리에 정말 좋습니다. 아내가 올 봄에 얼굴에 뭔가 막 나서 걱정했는데 데친 물로 세수를 몇번 하고 나더니 확! 나아지더군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하루이틀 간격으로 조금씩 채취하기로 했습니다.

 

 

 

봄을 겨울까지 보관하는 방법, 바로 묵나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골로 이사를 오면서 식생활부터 시작해서 완전히 삶이 바껴가는 느낌입니다.

 

아참! 칡순도 나물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요리법이 전혀 없더군요. 그래서 데쳐서 볶아서 한번 먹어볼까 했는데.. 너무 질깁니다. 칡순은 생으로도 씹어 먹을만 한데 데쳐서 볶아도 별로 부드럽지 않아서 그냥으로 먹긴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칡은 장아찌로 담궈서 1년이나 보관하라고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혹시라도 볶음으로 드실 생각이 있으신 분은 참고하세요~ ㅎ

Posted by 꾸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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