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에서 시골생활을 한지 1년반, 고라니라고 하면 예전엔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동물이었는데 여기선 정말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사를 온지 한달도 채 안 됐을 때 밤늦게 장을 보고 차로 들어오는데 갑자기 길 중앙으로 뛰어나와서 놀랐습니다. 그날이 정말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그냥 일상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길가에서도 툭하면 보이고 저희 집 주변에 10여가구가 있는 곳이라서 근처까지는 안 내려올거라 생각했었는데 착각이었습니다.

 

 

 

 

논에 벼가 동그랗게 크게 누워있길래 어떤 동물이 뛰어다녔나? 왜 저런 흔적이 생겼지? 바람이 불어 생긴건 아닌 것 같은데.. 하고 생각 했었는데 이웃할머니께서 고라니가 와서 잠잔 자리라고 하시더군요. 벼를 눕혀서 그 위에 잔다고.. 참 잠자리가 고급인 녀석입니다. ㅎㅎ

 

그뒤로 밤늦게 집 옆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봤더니 저희 집 바로 옆으로 뛰어다니고 있더군요. 정말 황당했습니다.

 

뉴스에서 보니 전세계적으로 보면 고라니는 희귀동물이라고 하던데 우리나라에선 흔해서 유해동물로 취급될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집뒤 텃밭에 콩잎이랑 비트잎사귀, 상추, 양상추도 다 먹어치웠다는...

 

여기와서 로드킬(Road-Kill) 당한 것도 한마리 봤습니다. 아내는 멧돼지도 두번 봤다는데 저는 멧돼지는 못 봤습니다.

 

 

여름에 집 마당에서 쉬고 있던 사슴벌레

 

지난 가을에는 밤에 집에 들어오는데 왠 까만 개 한마리가 저희 차 앞에서 뒤뚱뒤뚱 뛰어가더군요. 뭐지? 하고 자세히 봤더니 살이 찐 너구리 한마리! 차소리에 놀라서 도망을 치는것 같기는 한데 뒤뚱뒤뚱 뛰는건지 걷는건지 정말 웃겼습니다.

 

그러던 어제 산에 나무를 하고 오는 길에 보니 논 옆에 고라니 사체가 하나 놓여져 있더군요. 주변에 차가 지나다니는 길이 아니기 때문에 근처에서 차에 치인건 아닌 듯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거기 놓여졌는지...(좋은 장면은 아니라서 사진은 올리지 않습니다)

 

국도변에서 로드킬 당한거라면 관할 지방자치단체나 한국도로공사(1588-2504)에 신고하면 되는데 장소가 논이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우선 그 논 바로 옆집 할머니께 말씀드려봤습니다.

 

이틀 전에 죽어있던걸 보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딱히 치울 사람도 없어서 어쩌겠느냐..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장님께 한번 말씀드려보겠다고 이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결과는 비슷..

 

 

 

도로변에서 발견한거라면 면사무소에 연락하면 되는데 위치가 논이라면 딱히 방법이 없다라는 말씀이셨습니다. 보통 이렇게 죽어있으면 잡아먹는 사람이 없는지 어쭤봤더니 죽은지 이틀되었으면 먹으면 안 된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다음으로 면사무소에 또 연락을 해봤습니다. 기본 내용은 비슷하더군요. 로드킬 당한게 아니고 장소가 논이라면 딱히 처리하는 기관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더니 위치를 알려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줬습니다. 훔.. 면사무소에서 치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데나 묻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시골에서 살다보니 생각도 못한 일로 고민을 하게 되네요.

Posted by 꾸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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