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눈을 보고도 즐겁지 않다고 하죠. 세차해 놓은 차도 엉망이 되고 내린 눈송이가 녹아서 빙판길이라도 된다면 정말 걱정이 많습니다.

 

자동차 운전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미끄러져서 다칠 수도 있어서 집앞에 쌓인 것은 청소도 해야 합니다. 안치우면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도 있죠.

 

예전에 거창에 출장을 갔을 때 잔뜩 쌓인 눈을 보고 여기 합천도 많이 내릴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작년엔 쌓이지도 않는 싸리눈만 두세번 봤습니다. 올해도 계속 비만 내리다가 오늘 새벽에 잠시 왔네요.

 

시골에도 어느 정도 불편함은 있지만 도시보다 더 즐거울거라 생각했었는데 예상외로 피곤한 부분도 많네요.

 

 

 

 

저희 집이 아궁이집이라 매일 장작을 넣어서 불을 지펴야 됩니다. 그런데 눈이나 비가 내리면 습해져서 불이 잘 붙질 않죠.

 

그걸 대비해서 잘 마른 나무껍질과 나뭇가지를 불쏘시개로 미리 많이 준비해 놓고 부탄가스에 토치를 써서 불을 지피는데 확실히 습해서 불이 잘 안 붙습니다. 혹시라도 불쏘시개 준비가 덜 되어 있으면 피곤해지는거죠...

 

게다가 산에 나무들도 다 젖어서 땔나무를 구해와도 한동안 잘 말려야합니다. 제대로 건조가 되지 않으면 불도 잘 안 붙고 화력도 약해집니다.

 

나무하러 산에 올라가기도 힘들어지죠.. 험한 산길에 혹시라도 미끄러져 다치게 되면 낭패이니 날씨가 괜찮은 날만 나무를 하러 가는 편입니다. 어제 비도 오고 오늘 눈도 와서 며칠은 나무를 하러가기가 어려울 듯 싶네요.

 

 

 

 

요즘 시대에도 땔나무를 구하러 산을 탄다고 하면 tv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인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이래저래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보통은 산림조합 같은데서 벌목하고 보관해둔 통나무를 사는 편입니다. 저번에 보니 땔나무 1톤에 12만원으로 자르고 배송하는건 직접해야한다고 하더군요. 화목난로에선 5톤, 아궁이집은 대략 2톤 정도면 겨울나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계치라서 전기톱을 사용하는 것도 위험하고, 저희 집 대문안까지 차가 들어오지 못하고 멀찍이 세워둬야해서 통나무를 사도 자르고 옮기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이사왔을 때 알아보니 이웃할아버지께서도 장작을 파시더군요. 직접 산에서 해오시기도 하고 산림조합에서 사서 전기톱으로 자르고 도끼로 패서 잘개 잘라서 팔기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가격은 모르겠지만 태우기 좋게 잘라놔서 처음엔 사서 쓸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좀 문제가 있더군요.

 

연세 많으신 할아버지께서 직접 나무를 하신걸 젊은 녀석이 돈만 주고 산다는 것도 그렇고 나무하는 일이 힘들고 위험한데 저희 때문에 해야할 일이 더 늘어난다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결국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직접 해보니 힘들기는 한데 보람은 있네요. 눈이 내려서 며칠 동안 나무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내일부터 날씨가 더 추워진다고 해서 무리를 해서라도 산을 타야하나 고민중입니다.

Posted by 꾸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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